1. 희생된 미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정체불명의 항공기 폭발 테러공격으로 팬타곤이 불타고 110 층의 세계무역센타
쌍둥이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다. 세계무역센타 근처에 있는 건물이 추가로 붕괴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되는 시점에 세계무역센타 건물 안에 적어도
2 만명이 있었다고 한다. 사상자가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보도대로 미국은 온통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들었다. 진주만 피습 때
사망자 수가 2만 4천명 정도였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인들의 공포감과 당혹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 이 시간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금과 석유가 폭등했다. 금융시장은
마비되었다. 유엔총회는 연기되었으며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캐나다로 방향을
틀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대만 주식 시장도 폐장되었다.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 정부는 군에 경계령을 내리고 국회는 일정을 뒤로 미뤘다. 이는 줏대가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테러에 반대한다. 테러를 통해 역사를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반동을 불러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경우를 세계 역사에서 자주 목격해 왔다.
민중의 단결된 힘으로만 제국주의는 물리칠 수 있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2. 마녀사냥식 공세는 야만적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미국은
마녀사냥식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이 사건이 나자마자
미국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빈 라덴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돌발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이슬람 국가나 이슬람 근본주의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마녀사냥식 사상공세를
펴왔다. 미국이 민주주의하는 나라라면 이러한 야만적인 행동을 당연시 해서는
안된다.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 때도 미국은 평상시 반미운동으로 자신들과 맞선 이슬람
세력과 자신들이 깡패국가라고 이름 붙인 북한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결국은 미국 사회에 불만을 품은 맥베이라는 미국시민이 폭탄 공격을 시도한
사건으로 판명되지 않았는가?
라덴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계획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가 나와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까지는 어떠한 단정도 해서는 안된다.
3. 미국인의 목숨이 귀중한 만큼 다른 나라 민중의 목숨도 귀중하다!
미국은 1차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해왔다. 세계의 모든 문제에 개입하고
때로는 통킹만 사건처럼 사건을 조작해 내고 푸에블로호의 북한 영해침범 사건
처럼 의도적인 도발을 하고 때로는 전쟁을 유도하는 고도의 계획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해왔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아시아와 중남미의 독재정권의
배후세력이었다. 미중앙정보국 ( CIA ) 은 독재 정권과 투쟁하는 민주세력에 대해
공공연한 테러를 자행하였고 무기를 공급하였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는 물론 베트남 전에서도 세균전을 펴서 상대국의 군인은 물론
엄청나게 많은 규모의 민간인도 살상해왔다. 한국 전쟁에서 미국이 공중 폭격을
통해 살상한 인명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에 이른다. 예를 하나만 들면 철원에서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폭격하여 인명을 살상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하나의 예일 뿐이다.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해 20 만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재로 만들었다.
재래식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리품을 최대화하며 종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원폭투하를
결정해서 20만에 이르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야만성을 드러낸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앞서 제주도에 원폭을 투하하려고 계획할 정도로 야만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이번 테러공격으로 미국 본토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의 미국 시민이 사상을
당하였지만 미국은 인디언과 베트남, 남한, 북한 등을 포함한 다른 약소국가의
민간인 수백만명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살육한 치욕스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 국민의 목숨이 소중한 것을 안다면 미국이 그 동안 직간접으로 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에 가담해 살육한 민간인들의 목숨도 미국인 못지 않게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거의 악행에 대하여 관련국가와 죽임을 당한 민간인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4.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사회주의권이 무너진 후에는 세계무역기구 (WTO)와 국제통화기금 (IMF)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고 나가고 불공정 무역을 강요하면서 세계민중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 미군을 배치하고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지렛대로 쓰고 있다. 분단의 주요 책임자인 미국은 분단된 지 반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도 한반도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면서 한국민중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경제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또한 악명 높은 주한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매향리 국제
사격장은 지역 주민과 한국 민중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한데도 여전히 폐쇄하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서 4억원을 들여서 튼튼한 철조망으로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행동은 한미방위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패권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은 그것도 모자라
국가미사일방어체제(MD)를 주변국이나 약소국에 강요하고 있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적인 지뢰협약에 서명을 거부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협약인
교토의정서를 파기하는가 하면 러시아와 맺은 핵미사일협정을 무력화시키고
국제인종철폐회의에서는 시오니즘을 규탄하는 세계의 양심을 비웃으면서
이스라엘과 함께 회의장을 철수해 버렸다. 이런 나라를 깡패국가라 부르지
않는다면 어떤 나라를 깡패국가라 부를 수 있겠는가?
미국은 중동에서 깡패국가 노릇을 해온 이스라엘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악행을 묵인해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다. 이스라엘과 맞서는 나라는 모두
'불량국가'로 만들었다. 이들 나라는 항상 대가를 치렀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장면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은 중무장하고 총질하는 이스라엘 군과
맞서 돌로 응수해야 했다. 이들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미국의 테러사건이 나자
레바논의 주민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5. 미국은 패권주의를 포기해야
부시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난 것은 '자신들이 자유의 불빛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테러범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의 입에서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전면적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민의 80 %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쟁에 지원병으로 나서겠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을 깊이 살펴볼 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주의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전혀 인정할 줄 모르는 부시행정부가 실제로 어떤
대상을 정한 후 분풀이 식으로 보복공격을 한다면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익 앞에는 고상한 명분조차 과감히 팽개치고 노골적으로 힘을
행사해온 미국이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미국은 '불량국가'로 딱지 붙인 리비아,
이라크, 이란, 북한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한편으로 군사적인 협박이나 공격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 군산 복합체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엠디(MD)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좋은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패권주의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평화를 유린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더 이상 초국적 자본과 군산복합체, 자국민을 살찌우기 위해
세계의 피억압 민중을 착취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포기할 때만
세계평화가 실현될 수 있고 미국 또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민이
부시정권의 패권주의 정책을 계속 지지한다면 미국민의 안전도 언제나 위협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테러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곳곳에서 피로 얼룩진 악행을 저지른 데 대하여 원한을 품은 데서 비롯된
사건이라면 미국은 보복공격을 거듭 다짐할 것이 아니라 깊이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미국은 과거의 지워질 수 없는 악행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해야한다.
세계 곳곳에 내보낸 해외주둔 미군을 자국으로 모두 불러들여서 대폭적인 감군을
하는 결정을 내리고 엠디(MD) 정책을 포기하며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타국에 강요하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일 때,
바로 그럴 때만 세계인민은 미국을 동반자로 여길 것이고 자국민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2001. 9. 12
사회민주주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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