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와 평화를 위한 일일단식에 들어가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단은 오늘 전쟁반대와 평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안의 내재된 폭력성을 성찰하며 1일 단식을 단행하기로 했다.
○ 지금 지구촌은 증오와 적개심의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지나간 역사 속에서
인간의 무지와 야만성에 의해 수많은 비극과 참상을 겪어 왔고 그 때마다 뼈아픈
교훈과 대가를 치러왔다. 테러에 의한 무차별적인 대량살육이 자행된 이번 참사는
다시 한번 인간의 무지와 폭력성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문명의 도래가 요청되는 새 천년의 벽두에 던져진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인류문명의 진화와 역사가 바뀔 수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 증오는 증오를 부르고 폭력은 다시 폭력을 부른다. 폭력은 결코 폭력으로서
치유될 수 없다.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으며 어떠한 명분의 폭력도
허용될 수 없다. 폭력은 그 자체로 용서될 수 없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 테러는 가장 비열한 형태의 폭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이 기도하고 있는
무력보복 전쟁 또한 참혹한 폭력이며 이는 무고한 희생을 또 다시 불러올 것이다.
○ 우리 시민사회단체 공동대표단은 이 증오, 적대감.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사회와 세계의 시민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진정으로 우리가 이
지구상의 폭력을 몰아내고 평화를 원한다면,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성을
직시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 '목적의 정당성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수단으로 옹호한 적은
없었던가'. 스스로 인간의 내면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 이 폭력성, 그 불신과
대립의 증오와 적개심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일상과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야만성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이 폭력과 증오의 악순환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따라서 우리 시민사회단체 공동대표단은 이번 테러 만행으로 숨져간 수많은
영령들을 애도하고 명복을 빔과 동시에 그동안 알게 모르게 우리 스스로 키워온
우리 내면의 폭력성과 증오심, 그 적개심을 깊게 성찰하면서 우리 사회와 이번
피해 당사자인 미국,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한다.
○ 이를 위해 남에게 전쟁과 폭력을 그만 두라 말하기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심정으로 일일단식을 단행하고자 한다. 이 단식은 전쟁반대와 평화를
위한 의지와 노력의 작은 표현일 뿐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 생명을 해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은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비폭력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특히 지난
반세기를 대립과 증오로 일관해온 한반도의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상생과 화합의
새로운 세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오늘 이 단식은 이를 위한
우리 자신과의 약속이다.
○ 더불어 우리는 더 이상의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고한
생명들이 또 다시 회생되는 어리석은 전쟁과 피 흘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충격과
비탄 속에 놓여있을 미국 국민과 세계 인류의 양심에 간절히 호소한다.
○ 기자회견 참가자 ○
김용태 (공동대표 / 민예총 부이사장), 박인주 (공동대표 / 흥사단
시민실천위원장), 윤경로 (상임공동대표 / 경실련 상집위원장), 윤지희 (공동대표
/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이남주 (상임공동대표/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지하은희 (상임공동대표 / 여성연합 상임대표), 최 열 (상임공동대표 / 환경연합
사무총장), 박원순 (상임공동운영위원장 /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삼진(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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