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미국은 전쟁책동 중단하고 비행기 테러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
- 반인권적 인종차별 책동인 이슬람혐오증을 종식시키자!-
'정의'란 이름으로 '파괴'를 조장하는 미국은 인류의 적이다.
2001년 9월 11일은 세계사에 남을 것이다. 이번 비행기 자살테러가 세계사 속에 한
문장으로 남을지 끔직한 역사의 서막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자살테러 이후 곧바로 오사마 빈 라덴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여론의 도마위에 올려
놓았다. 도마위에 올라 간 것은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를 이끌고 있는 빈 라덴
뿐 만 아니라,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었다. 전 세계 언론은 대 참사에 동반한
공포와 잔학성을 매개로 인간적 동정을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론 이슬람권에 대한
참주선동에 몰입하고 있다. 부시정부가 즉각적으로 "보복과 응징"을 외치며 공세적
군사작전에 들어감과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각 국의 정부는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를 밝히며 군사적 지원마저 운운하고 있다. 세계는 이성을 잃은 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실현시키고야 말겠다는 듯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휘둘려
가고 있다.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하는 테러는 폭력이며 살인이기에 범죄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세계무역센타와 미 국방부를 주저앉힌 비행기 자살 테러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미국은 '테러리즘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테러 참사'라고 지칭된
9.11참사 이전에도 그 규모와 무고함이 알려지지 않은 대참사는 너무도 많이
있어왔다. 그리고 그 주범은 항상 미국이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자행한
학살이나 이라크, 걸프만,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자행한 살육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엘살바도르, 이란 등등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유혈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폭력참극을 사주하고 있는 미국의 죄악상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외쳐대며 세계 경찰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전쟁과 파괴'의
주범이었던 미국이 다시 한번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려는 것을 인류의 이성으로
막아야 한다.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살이나 '정의'란 미명으로 퍼부어지는
폭격 역시 범죄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으로 인류를 전쟁의 공포 속에 몰아 넣고 있는 미국과
이에 동조하고 있는 각 국 정부는 전쟁범죄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한국의 대통령 역시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책동에 부화뇌동하며 미국의
전쟁 책동에 공조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그러나 역사가 인류의 이름으로 이들의
파괴와 학살 행각을 응징할 날이 올 것을 확신하다.
사건의 원인은 제국주의였으며, 진정한 피해자는 이슬람권 민중이다.
미국은 최근 남아공에서 개최된 '제 3차 UN인종차별 철폐대회'에서 자신에게 돌아
올 요구를 회피하기 위하여, 즉 팔레스타인 사태 및 과거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우려하여 대회 분담금도 안내는 등 대회 성립을 방해하다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참가하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지지와 반미
반이스라엘 분위기가 높아지자 대회 3일만에 이스라엘과 함께 철수하여 버렸다.
자신들이 철수하면 합의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회 선언문'과 '행동계획'에 맥이
빠지고 구속력도 낮아지게 됨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한 행태였다. 미국의
오만방자하고 계획적인 태도에 대한 분노가 높은 가운데 대회는 막을 내렸고,
곧이어 일주일 후에 미국의 심장부가 강타당했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의 폭력성만으로 들춰내며 이번 테러사건의 인과관계 즉 인류의
이성적 성찰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신뢰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밝혀지지 않은
채 빈 라덴의 신병인도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각 이슬람 국가들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증명이라도 하듯이
서둘러 조의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침공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일지언정 돌출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권이 미국과 지속적으로 벌여 온 싸움 즉
미국과 이슬람권, 세계 자본과 제 3세계라는 두가지 고리에 맞닿아 있다.
이슬람권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번 테러가 일어날 만큼
이슬람권은 미국을 싫어한다. 아랍권의 반미 감정의 핵심원인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분쟁이다. 미국의 주도로 이스라엘 국가가 건설되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을 지속하고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부추겼다.
"이스라엘에 돈과 무기를 공급하는 두 개의 상징, 세계무역센타와 펜타곤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느 아랍인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재인용,
'아랍의 소리', 시사저널 622호)라는 보도처럼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사건 당일, 불타고 있던 세계무역센타 주변의 한 공원에서 만세를 부르며 춤추던
아랍인 3-4명이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다가 불법체류자인 것이 밝혀져 추방되게 된
것이다.
아랍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모든 민중들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배 과정에서의
문화적 탄압과 분열지배 정책에 휘말려 아직까지도 피를 흘리고 있다. 중동지역의
교역로와 석유자원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할 수 없는 미, 영, 프 등 제국주의
열강들이 정착민들의 민족적 문화적 요구들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그어 놓은
국경에 의해 팔레스타인 난민과 쿠르드 난민,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생했다.
동서 냉전시대에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정치적 군사적 개입에 의해
이란, 아프가니스탄 내전은 물론 이란-이라크의 긴장, 보스니아 사태, 코소보사태,
알제리 내전 등이 촉발되었다. 만병통치약인 '무역봉쇄'로 리비아, 이란, 이라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을 대표로 한 세계 자본의 지배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민중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들이 이슬람권
민중들이며, 이들의 투쟁사는 피를 부르는 자본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서방국가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슬람권에 대하여 오히려 호전적인 공세로 이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짓누르려
하여 왔다. 미국이 사실상 이슬람권에 대한 전쟁선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이 한결같이 군사적 지원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그들의 역사적
과오를 은폐하고 자본의 세계화를 위하여 이슬람권과 "평화적 공존"을 할 수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해 현대사에서 이슬람권은 폭력집단으로 매도되어
왔고, 지금과 같은 시기엔 이슬람혐오증(Islamophobia)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슬람교도에 의한 종래의 무장 공격은 대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은 전체 이슬람 교도의 5%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군사적 역량은
막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 현대화'란 기치로 미국식
자본주의가 스며드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투쟁을 하기 위하여 내전을 일으키기도
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에 의하여,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타락하고 퇴폐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간주한다. 문제는 중동지역 분쟁의 원인은 덮어둔 채
이들의 무장투쟁을 전체 이슬람교도의 호전성으로 침소붕대하고, 이슬람교도가
마치 인류의 골칫거리인 양 치부하는 자본주의 언론들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슬람신도(무슬렘)들은 각종 테러협박에 시달리고 있어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선 흥분한 시민들에 의해 아랍권 사람들에 대한
총격이 벌어지기도 하고, 영국의 이슬람 학교들은 임시 휴교령을 내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는 80여년 전의 관동대지진을 연상케 한다. 관동대지진의 원인이
일본의 조센징들 때문이라며 광기어린 학살을 자행했던 일본인들에 대하여, 우리는
전쟁의 광기에 몸서리치고 부당한 살인에 치를 떨었었다. 전쟁시기에 진주만
습격이후 미국에서 일본인들이, 나치즘 하에서 유태인들과 동성애자들이
학살당했고, 전쟁이 없는 시기에도 인종적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죽음을 당해 왔다. 더 이상 광기어린 오류는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참주선동 아래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고 이슬람혐오증이 부각되고 있다.
인류는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전쟁에 동반되는 야만적 증후군들, 특히 작금의 이슬람혐오증과 외국인혐오증은
전쟁을 부를 수도 전쟁을 확산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군사적 도발을 지지해선 안된다.
한국엔, 미군캠프는 주야 24시 내내 장총을 든 한국군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다. 법무부는 테러 용의자의 입국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동권
입국희망자를 거부하는 한편 입국자의 신원을 정보기관에 넘기고 있다. 또한
이슬람권 국가 출신자에 대한 적극적인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
이슬람신도(무슬렘)들의 정신적 안식처라고 할 수 있는 용산의 모스크에는 이미
'주가하락'운운하는 협박전화들이 걸려 오고 있다. 이태원을 지나던 한 네팔
노동자는 '외국인'의 용모를 구별할 줄 모르는 무심한 군인의 불심검문에 걸려
불법체류자인 사실이 밝혀지고 지금 외국인 보호소에서 강제추방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IMF시기처럼 준동할 수도 있는 외국인 혐오증에 대하여
경계하며, 특히 국가로부터의 인종차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추방과 단속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이성을 유지하고 미국의 전쟁책동을 견제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시대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는 오히려 한국 정부로부터 조장되고 있는, 평화를
위협하는 조짐들에 대하여 강력하게 우려를 표명한다. 한국 정부는 첫째, 미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견제하는 가운데 어떠한 정치적 군사적 개입도 하여서는
안된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은 부시정권의 광분에 냉정한 경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둘째, 경색된 세계 분위기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인종주의적
차별과 테러행위에 대하여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한국에 있는
이슬람신도들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몰이성적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문화적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어리석은 아랍권 노동자 추방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아랍권이나 파키스탄 노동자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이들의 추방은 직접적으로 전쟁 참여를 위한 예비행동으로
간주 할 수 밖에 없음을 단언한다.
■ 인류 평화 위협하는 미국은 각성하라!
■ 팔레스타인 지역의 자유 독립 보장하라!
■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추방 단속 중단하라!
■ 이슬람권에 대한 인종차별 끝장내자!
■ 국경없는 연대투쟁, 전쟁도발 막아내자!
2001. 9. 22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
■국■경■없■는■연■대■투■쟁■노■동■해■방■앞■당■기■자■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 2001년 9월 22일
http://migrant.nodong.net, TEL:02-985-9061, FAX:02-3409-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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