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09 월 17 일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글 사진 / 이유진 녹색연합 대안사회국 간사 leeyj@greenkorea.org
5천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테러'로 사라져간 상처 위에 인류는 또다시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갈 전쟁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힘의 상징, 세계무역센터에 들이닥친
테러로 전 세계인이 '얼굴 없는 폭력'에 치를 떨고 있으며, 무고한 이들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 폐허의 현장이 채 복구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전쟁준비에 들어갔다.
전쟁의 공포가 아프가니스탄을 덮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속속
파키스탄 국경과 이란 국경도시로 피난하고 있다. TV와 신문을 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지치고 처참해 보인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오랜 내전과 경제제재에 따른 생활고로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이들을 대상으로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테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아프가니스탄 인들은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미국이 쏠 미사일 한 대 가격의 공장도 남아있지 않다고.
'테러척결'이라는 명분아래 자행되는 미국의 전쟁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인가. 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얼마나
많은 무기들을 쏟아 부을 것인가. 어처구니없는 테러로 숨져간 이들도 하늘에서
그들의 죽음에 대한 대가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전쟁에 동조하는 것은 부시와 미국의 군산복합체들뿐이다.
녹색연합, 민주노총, 소파개정국민행동,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20여개 주요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적 보복 공격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물론 경찰의 원천봉쇄로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 20여명이 연행되었다
풀려나기를 반복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반전'과 '평화'. 시민단체들은
보도문에서 이번 테러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보복 공격과 정부의 지원방침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를 뿐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 하더라도 미국의
전쟁은 또다른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를 더욱 양산할 수 있다는 것에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가진 자'로서 미국이 그들을 향한 테러의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되돌아 기를 바란다.
부시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은 국제사회에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해왔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국제간 합의인 기후변화협약을 깨뜨렸으며,
군사우위 정책과 미사일방어망 추진을 고집해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과
테러를 묵인해 주었으며, 더욱이 미국은 시온주의를 인종차별 이념으로 규정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시한 채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인종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이슬람권에게 극도의 불신감과 배신감을 심어주었다. 겉으로는 세계평화와 인권을
내세우는 미국이 미국중심의 일방적 가치를 강요하고 전세계 민중에 대한 수탈을
통해 그들만의 부와 평화를 유지시켜왔음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세계 이곳 저곳의 분쟁과, 전쟁들에 관여하며 수많은 생명을
살상했다.
전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이 위기의 순간, 우리는 간디의 말을 마음속에
되새겨본다.
“폭력은 결단코 버려야 한다. 폭력이 성취하는 듯 보이는 선은 오직 외적인 선일
뿐이요, 폭력이 가져오는 해로움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 간디
20세기를 마감하며 우리는 더 이상 아름다운 이 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세계대전을 겪고 한반도 전쟁을 겪고 크고 작은 내전들이 끊이지 않아
파괴의 광기가 휩쓸기도 했던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는 평화와 화해와 생명의
기운들로만 가득 차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문명은 폭력으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우리는 처참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겪은 참상은 온 인류가 함께 애도해야 할 슬픈 일이며 테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폭력과 무력의 전쟁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계획되고 있는 이 전쟁이 결국은 우리 모두를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전쟁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사이버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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