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세계 평화단체에게 보내는 글 (2001-09-18)
미국의 보복전쟁과 군비강화는 또다른 악의 시작입니다.
1. 우리는 지난 11일 뉴욕과 워싱턴 한 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에 의한 참사에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일찍이 이같은 테러를 당한 적이 없기에
미국인들은 집단적 공포와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희생당한 가족들과 친지들의
분노와 아픔을 뭐라 달래야 할 지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2. 사실 이번 테러는 갈등 상황과 전혀 상관이 없는 민간인들을 희생하게 되어
어떠한 명분을 통해서라도 지지받을 수 없으며, 이같은 수만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규모의 테러는 평화를 애호하는 세계인들에게 규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어떠한 테러도 용납되어서도 않되며 아무리 억울한 자신의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테러의 방법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하게 우리의 의지를 밝힙니다.
3. 하지만 세계 많은 시민들은 현재 부시정부가 뚜렷하게 혐의나 범죄의
인과관계가 성립되었는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전시상황에 돌입하고, 이슬람교도를
악의 화신처럼 선정적으로 호도함으로써 전세계가 문명간의 충돌이라는 종교간의
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테러든 보복전쟁이든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는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이고, 테러는 전쟁을 낳고, 전쟁은 또다른
인류의 재앙을 낳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4. 미국인이 테러 참사를 통해 고통을 겪고 있듯이 대규모 공격이 예상되는
아프칸의 민중 또한 보복전쟁을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다라면 과연 무엇이 선이고
정의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인의 아픔에 세계인들이 고통을 느끼고 있듯이
아프칸의 민중 또한 우리의 슬픔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미국이
10년전 이라크 초토화 작전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왜 이슬람에 적대시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왜 이슬람은 미국을 악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성전을 선포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 곰곰이 따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5. 이에 우리는 어떠한 명분이라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주창하는 마음으로 미국정부와 세계 평화단체에 호소합니다.
우선, 미국과 전세계 평화단체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리고 파괴된 건물을 복구하는데 전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둘째, 이번 테러의 배후를 의혹이 아닌 구체적인 수사와 물증을 통해 확인시켜내야
하고 그 테러의 재발방지를 위한 전세계적 노력과 시스템 구축을 먼저 해야합니다.
셋째, 사실 이번 테러의 뿌리는 미국의 대군사주의 우위정책과 MD추진, 아랍계의
생존권 무시정책, 신자유주의 등 일련의 미국의 강경정책에 있기에 미국이
정책철회와 전환을 통해 테러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뜻을 미국과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전하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부터라도 함께 연대하여 전쟁반대와 평화를 위한 제반활동과 기도에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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