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는데요...

확실히, 어떤 포르노가 어떤 국면에서는 충분히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보스코프스키 님이 퍼오신 글에서도 그와 관련한 꽤 재미있는
사실들을 읽었는데요...

하지만, 요즘 이 사회의 포르노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이미지, 남성의
이미지, 육체의 이미지 같은 것들이 그 이미지의 수용자들을 굉장히
탈정치화시키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육체에 관한
묘사나, 남성/여성 간의 성역할(물론 육체적인 성이겠지만...)에 관한 이미지를
보면, 거의 지배적인 이미지 구조를 그대로 반복생산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시간이 좀 있으면, 그걸 한번 분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
이건 아무래도, 그런 이미지를 생산하는 상업적 예술가 집단(^^;;;)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간혹 가다가 이런 지배적인 코드를 미묘하게 비켜가는 포르노를 보면
굉장히 즐겁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urabon 시리즈 중에 어떤 여성의 풍만한...
사회적인 통념 상의 풍만한보다 더 풍만한 엉덩이 중 살짝 노출되어 있는 부분을
굉장히 병약하게 생긴 어떤 남성의 뼈 밖에 안 남은 창백한 손이 만지고 있는
이미지 같은 건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인데요... -.-;;;  (솔직히 하드코어
포르노에 나오는 남성배우(?)들의 과도한 근육질이나, 간혹 보이는 아저씨 똥배는
굉장히 메스껍습니다... 특히 서양포르노의 천편일률적인 남성 이미지는 정말...
--+++ )

하긴,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이야기도 일종의 포르노죠... (과도한
해석인가?)

오늘... 길거리를 지나다가, 어느 학교 학생들이... 419기념 마라톤 대회를
하는데... 어떤 나이지긋한 아저씨가 갑자기 <빨갱이 반대!>라고 외치더군요... 그
소릴 듣고 한동안 어이가 없었는데... 그 아저씨가 계속 <빨갱이 반대!>라고
외치길래, 바로 뒤에 가서, <빨갱이 만세!>라고 외쳤드랬습니다. ^^;;;;

포르노에 관한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혐오증도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포르노>라는 이름에 대한 거부감과 그 분류법에 대해
길들여져 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포르노가 이성주의에 대한 조롱이라든가,
혹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포르노를 그런 사회적 영역의
권력관계에 너무 강력하게 접합시켜버리는 걸일텐데요...

포르노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한다면... (대체적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전략이라고
생각되는 <포르노 반대>보다는 포르노를 이런 재생산구조로부터 탈접합시켜버리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싶은데요... 

[여성/학생/남성/노인/불만분자/보수주의자/...]이 [즐기는/만드는] 포르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해방시키기>가 아닐까... 무엇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