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군가산점제논쟁이나 100인위논쟁(특히, 진보넷 자유게시판- 사실은
논쟁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을 바라보면서 표현의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쓴
것입니다. 다수의 목수리와 소수의 목소리는 똑같이 구현되었되었을때, 다수가
소수,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표현을 등가로 둘 것인가의
고민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정보운동포럼에서의 논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모든 표현이
드러났을때 어떠한 가치를 살리고, 어떠한 가치를 버릴것인가의 문제"인
것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치에 대한 논란도 수 없이 많지만,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해결과제이지 결코 정부의 간섭은 아닐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역치의 하락>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 음란물시비에 걸린 작품을 사수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인가?
  표현이 중요한 것은 다수에게서가 아닌 소수에게 라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표현'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행위를 위한 기본 조건이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결과물인 것이다. 어린 아이가 배가 고플 때, 몸이
부자유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이다. 어머니는 어린 아이의
울음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거나, 예견하고 응답을 하게 된다.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꼭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표현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여러 가지 수단를 통해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표현을 아무리 막는다라고 하더라도, 둘간의 '눈빛'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둘이 아닌 셋, 셋이 아닌 다섯, 다섯이 아닌 열명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눈빛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의 소수자들이 자신들이 표현한 것을 서로 공유하기
까지 좀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요구하며, 그럴수록 역치(신경이나 근육 등에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 자극값, 최소한계값->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최소 자극값)는 커진다. 즉, 좀 더 다른 것을 하길 원하는 이들은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기존의 것이 이루어지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더 많은 자극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존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에서 다르다는 것이 틀리지 않을 수 있기에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치를 최대한 낮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좀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가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유, 토론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사상의 공개시장에서 사람들은 이성의
힘으로 좀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역치를 낮게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밀턴이 설명하고 있는 방식과 그가 제기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밀턴은 1과 1을 더하면 2가된다는 수학적인 이상을
제시하는 것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1과 1을 더하면 2가 되지만, 현실에서
1과 또다른 1은 결코 동일한 질량이 될 수 없듯이, 논쟁을 할때도 결코 너와 내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미세한 차이라도 차이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도 차이가 차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내에서의 권력으로서
말이다. 권력이 이미 존재한다면, 제대로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자신의 소수자적 의견은 a에서 a'로 수정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표현이 언어를 포괄할 수는 있어도, 언어가 모든 표현을 포괄하지는
못하며, 포괄해서도 안된다. 언어가 표현의 중심이 된다면, 언어를 가지지 못한
이들은 표현을 하지 못할 것이며, 표현한다고 한들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의견이 중요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되며,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 장에서 제
값을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 기존의 의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기존의 것들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높게 매겨진 이들의 표현에 제값을 메기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의 시장에서는 수많은 표현들, 가진자와 못가진자, 다수와 소수의 표현들 중
결국 다수의 표현이 팔릴 확률이 높다. 표현은 밀턴이 말하고 있는 이성이
통용되는 시장에서 사상(언어)만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의 시장으로까지
확대하여 취향, 습성까지 폭넓게 거래된다. 그런 이유로, 다수에게 굳이 표현의
자유를 거론할 이유는 없다. 이들은 이미 제값이상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다른 'b급 에로 영화'와 달리 음란물 시비가 붙은 이유는 간단하다.
후자는 변태, 원조교제를 즐기거나 동경하는 남성들의 취향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면, <거짓말>은 왜 주인공들이 그런짓을 하는가에 대해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하게 만들어졌다. <거짓말>은 다수의 취향에 맞추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성에 대한 남다른 태도와 솔직함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중적 성관념으로 무장한
현실에서는 역치를 낮추는 것이며, 가진자들로부터 공격받는 것이다. 
 반면, 'b급 에로영화'는 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역치를 낮추지는 못한다. '성에 대한 개방'이 성적인 취향의 다양성이나, 자유,
권리의 보장에 대한 변화로 까지 확산될 수 없는 것으며, 이들이 보이고 있는
취향은 소수적 취향이 아니라 이미 남성 중심의 일상문화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재생산을 위한 것으로, 역치를 높임으로써 소수의 성적
표현물의 값들을 강등시킨다.